대중매체를 통해 소비되는 사회적 기준은 다양하다. 그것은 사회적 지위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성 역할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성격이나 취미 등 내적 요소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배용준’, ‘송중기’와 같은 인기 스타들을 필두로 한 시간을 휩쓸었던 “대세 남성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조각미남(마치 조각을 해놓은 것처럼 빠지는 데가 없이 잘생긴 남자)”, “훈남(보고 있으면 마음이 훈훈해질 정도로 준수한 외모를 가진 남자)”, “나쁜남자(자신에게 꼼꼼하기보다 무심하게 대해줘서 오히려 더 마음이 끌리는 남자)” 등등, 2~3년마다 많은 대중의 호감을 사는 대세적 남성상은 변화해 왔다.

그리고 요즘 흥행을 이어가는 것이 “뇌섹남”이다. 뇌가 섹시한 남자를 일컫는 말로, “스마트하고 댄디한” 매력이 주가 된다. JTBC의 여심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그 기원을 찾는 이 남성상은 tvN의 “문제적 남자”를 통해 지금까지 지속해서 소비되고 있다. 뇌섹남이 되기 위해선 굳이 고학력이 아니더라도 대화할 때 말이 통할 정도의 상식 그리고 상대방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매너와 개념만 있다면 충분하다. 얼굴이든 몸매이든, 유독 외모가 강조되었던 기존의 남성상들과 달리 지적인 매력을 요구하는 이 “뇌섹남”의 출연은 연인 사이의 관계에 있어 감정에 치우친 상대방의 행동과 태도로 인한 상처, 혹은 그 이상의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반동으로 해석된다.

뇌섹남의 출연은 뇌섹녀라는 단어 또한 자연스럽게 불러온다. 그리고 지적 매력은 이제 지정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갖추어야 할 보편적 아이템이 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똑똑할 수는 없는 법, 우리는 “수준” 이상의 상식과 개념을 갖추는 것으로 나 자신과 상대방에게 약간의 기대를 걸어 두자고 약속한 것 같다. 해외 관광지에서의 낙서처럼 개념 없는 행동, 화장실에서 나올 때 손을 씻지 않는 것처럼 매너 없는 행동은 금지다. 불문율처럼 작성된 이 “금지 행동”의 리스트에 최근 화제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한글 맞춤법이다.

소셜데이팅 이츄닷컴에서 20~30대 미혼남녀 1,2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맞춤법을 몰라서 틀리는 이성에 대해 남성의 28.6%, 여성의 71.4%가 비호감을 느꼈다고 답했다고 한다. 요즘 세대들은 대부분의 소통을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하므로 구두 소통에선 눈치채지 못했던 문법 실수가 하나둘씩 드러나는 것이다. 주로 어미 “되”와 “돼”를 헷갈리거나 “대”와 “데”를 헷갈리는 것, “틀리다”와 “다르다”의 혼용, “오랜만”을 “오랫만”이라고 쓰는 것, 이외에도 “역할”, “어의없다”, “요세”, “구지” 등등 간단하지만 틀리기 쉬운 맞춤법이 대상이다.

인터넷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례도 다양하다. 소개팅에서 호감을 샀다가 연락을 하면서 자주 보이는 맞춤법 실수에 정이 떨어졌다는 사연, 남자친구의 심한 맞춤법 오용 때문에 이별을 고했다는 사연, 맞춤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 연락을 잘 안 하게 된다는 사연 등등. 맞춤법이 점점 진지한 아젠다로 떠오르면서 맞춤법 클리닉, 문장 교열 교습 등의 상품까지 불어나고 있다. 기성세대에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규율이 미치는 영향이 제법 큰 셈이다.

맞춤법 실수가 이토록 논란이 된 것은 실제로 사람들이 한글 맞춤법에 둔감하다는 것에 대한 입증이다. 영어 단어는 철자 하나까지 정확하게 외우려는 사람들이 한글을 사용할 땐 그러지 않으니 조금 아이러니하다.

이와 같은 맞춤법 열풍에 인터넷상에선 이른바 “문법 나치”, “문법 경찰”들도 생겨나고 있다. 문법 오류를 보면 그것을 물고 늘어져 지적하는 엄격한 모습이 히틀러의 나치와 같다며 가리키는 말이다. 그들은 작고 사소한 맞춤법 오류조차 용인할 수 없어 SNS의 댓글에서, 사람들과의 메신저에서 그것을 지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 “물고 당기는” 맞춤법 지적 행태는 10대 20대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기도 하다.

맞춤법 오류에 대한 긴장감이 높다. 한글은 보존해야 할 자랑스러운 민족 문화로 엄격히 그 체계를 준수해야 한다는 강경파와 인터넷 언어만의 유쾌한 매력이 있다며 작은 실수 정도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는 온건파의 대립부터, 남녀 사이의 예의 문제로 번진 메신저 맞춤법, 그리고 문법 경찰들의 기습 단속까지. 팽팽한 대립과 논쟁에서 누가 이기게 될 진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사용해온 우리 한글이 신세대의 시각에서 주목받고 해석되는 것은 잘된 일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