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온이 떨어지는 가을, 겨울이 되면 ‘회’를 좋아하는 필자의 혀는 항상 즐겁다. 아내가 윤관 장군의 후손인 ‘윤’씨라 이제 더이상 낚시는 할 수 없지만, 다행히 생선을 아예 못 먹는 것은 아니니 가을, 겨울은 그야말로 필자만의 미식의 계절이다(사실은 365일이 미식의 날들이지만).

  • 윤씨들은 잉어고기를 먹지 않는다. 윤씨 집안마다 조금씩 다른 가풍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느 집안은 잉어고기만 먹지 않는 곳도 있고, 다른 집안은 민물고기 자체를 못먹도록 하는 곳도 있다. 아내의 집안은 더 나아가 낚시 자체를 못하도록 하였는데, 그 이유는 조상인 윤관 장군이 전장에서 거란군의 포위망을 뚫고 후퇴하며 강가에 이르자 수많은 잉어들이 다리를 놓아줘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잉어의 은덕에 보답하는 셈이랄까.

바다의 수온이 떨어지면 물고기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로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기름이 차오른다는 뜻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전어’ 또한 수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가을이 제철이다. 이르면 9월 말부터 11월까지인데 작은 물고기 주제에 기름이 차올라 한마리만 구워도 지글지글 고소한 기름냄새가 온 집안을 뒤덮는다. 물론 회로 먹어도 제맛인데, 씹자마자 자글자글한 기름맛이 소주를 부른다.

하지만 9월에서 11월이 제철이라고 하나 전어는 작은 물고기이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최상의 맛을 이끌 타이밍을 맞추기가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제철인가 싶어서 사먹은 전어에서 고소한 기름이 올라오는 즐거움은 커녕 때때로 역한 맛 혹은 유통기한 지난 식용유 비스무리한 느낌의 기름이 올라올때가 있다. 이럴땐 아, 정말 괴롭다. 돈도 돈이지만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또 1년이라는 시간을 속절없이 기다려야 하기 떄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방어’가 있다. 개인적으로 가을,겨울철 최고의 횟감이라 생각하는 생선이 바로 요놈이다. 여름 방어는 개도 안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어는 철을 많이 타는 생선이다. 수온이 떨어질때 방어는 지방을 근육 사이사이에 지방을 저장해놓기 시작하는데, 바로 10월 말부터 겨울이 끝날때까지 방어는 제철이다. 전어에 비해 크기도 어마어마하게 큰 사이즈를 자랑하기 때문에 전어처럼 온도에 민감하게 굴지 않는다. 그래서 ‘철’ 이 긴 편이다.

근육조직이 매우 단단하여 씹히는 감이 일품이고, 사이즈도 제법 나오기 때문에 참치처럼 부위별로 그 맛이 다 다르다. 흰살 부분이 있고 붉은 살 부분이 있는데, 붉은 살 부분은 얼핏 보면 소고기 색깔과 비슷할 정도로 붉다. 잘 썰어놓으면 육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방어의 뱃살은 참치뱃살에 못지 않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기름이 알차다. 실제 대방어의 뱃살을 맛보면 황새치 못지 않은 식감과 기름기를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붉은 살 생선으로는 다랑어 다음으로 친다고 할 정도로 고급요리다. 초밥재료로도 많이 활용하고 숙성된 선어로도 활용하기도 한다. 고등어와 마찬가지로 식초에 방어를 절여먹기도 하는데 고등어 초회보다 비린내는 덜하고 풍미는 더 살아있는 그야말로 별미 중 별미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방어, 대방어로 구분하는데 이는 엄연히 사이즈에 따른 차이이고 맛 차이는 사실상 크게 없다. 횟집에서 주로 내주는 방어는 양식 소방어일 경우가 많은데, 굳이 사이즈에 매몰되어 주인과 싸울 필요는 없다. 소방어를 대방어로 속여 파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

참치와 마찬가지로 대양을 회유하는 생선이기 때문에, 운동량도 많고 지방질의 축적도 뛰어나다. 치킨도 기름맛으로 먹듯이 사실 생선도 기름맛으로 먹는 경향이 강하다. 살코기가 터벅터벅한 물고기는 사실 맛없는 생선으로 취급한다. 물론 취향의 차이기도 하지만, 생선의 기름맛은 육류의 기름과는 또다른 풍미가 있다. 또 영양학적으로 육류의 지방보다 생선의 지방이 더 건강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제 곧 방어의 계절이 시작된다. 참치는 너무 비싸서 못먹고, 그나마 서민이 먹을 수 있는 최고의 호사스럽고 현실적인 횟감 중 하나가 바로 이 방어다. 제주도 방어가 최고라고 하지만, 요즘 방어는 죄다 양식에 전국 각지로 뿌려지니 제주도에서 먹든 내륙에서 먹든 그 놈이 그놈이다. 단, 방어의 특질상 고등어나 갈치만큼 성격이 더럽진 않아 잡자 마자 죽진 않지만, 스트레스에 취약한 놈이기 때문에 산지와 이동거리가 먼 곳에서는 컨디션에 따라 맛에 차이가 나기도 하니 참고하자.

방어 먹고 추운 겨울 잘 방어(防禦)하자. 궁셔리(?) 생선의 끝판왕이 바로 이 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