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욕심

나는 특히 신발에 관심이 많다. 아니다, 관심이라기보다는 욕심이 많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산 좋은 운동화가 멀쩡히 있는데도, 또 어디에서 ‘더 멋진’ 신상 운동화가 나오면 꼭 매장에 가서 신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축구하는 걸 좋아하는데, 축구화 한 켤레, 풋살화 한 켤레가 있다. 등산할 때는 집 가까운 황령산에 오를 때에도 가벼운 트레킹화를 신어야 마음이 편하고, 아직 건강한 나이인데도 이제 쿠셔닝이 좋지 않은 신발을 신고 러닝을 하기는 두렵다. 이러저러한 이유(혹은 핑계) 때문에 나는 신발에 욕심이 많고, 실제 신발 켤레 수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나, 가족은 “아니 발은 두 개인데, 무슨 신발을 또 알아보고 있냐?”고 타박하곤 한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다고 진짜 신발 한 켤레만 갖고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냔 말이다. 발은 두 개인데, 신발은 최소 열 켤레가 필요한 이유, 바로 우리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1. 슬리퍼
    맨발로 집 앞에 아이스크림이나 라면 사러 갈 때. 잠깐 내려가서 택배 찾아올 때. 장마철에. 휴가 가서. 아닌 듯… 하면서도 슬리퍼는 꼭 필요한 신발이다.
  2. 러닝화 2켤레
    뛴다는 거,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운동이다. 우선 제대로 뛰는 자세를 배워야 운동효과도 높고 부상도 방지할 수 있다. 딱딱한 바닥으로 된 무거운 신발, 아무 신발이 막 신고 달렸다가는 발목, 무릎, 허리까지 남아질 않을 것이다. 거기다 발에 생기는 무좀, 물집은 또 어떻고. 특히 런닝화는 통풍성 위주의 여름용, 보온성 위주의 겨울용을 따로 구비하는 것이 좋다.
  3. 각종 스포츠 전문화 (축구화, 농구화, 야구화, 테니스화 등등..)
    러닝화가 필요한 이유와 같은 맥락이다. 상식적으로 축구할 때 축구화 신고, 농구할 때 농구화 신는 것이 유별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심지어 나는 축구화와 풋살화가 각 1켤레씩 있는데, 풋살장에서는 바닥 보호를 위해 스터드가 있는 축구화를 아예 금지하기 때문이다.
  4. 격식 있고 단정한 검은 구두
    살면서 경조사 한 번 안 겪는 사람은 없다. “제가 발이 두 개뿐이라 신발이 운동화 한 켤레뿐입니다요.” 하고 운동화를 신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와 장소, 그리고 목적에 맞는 복장을 갖추는 것도 예의다. 그럴 때 필요한 검은 구두 한 켤레는 필수.

    5. 평소에 신을 비즈니스화
         자신의 패션 센스를 드러내면서도, 비즈니스 룩에 어울릴 만한 비즈니스화는 꼭 필요하다. 경조사에 갈 때 신는
구두와 구별되는 것은, 비즈니스화는 일상화이기 때문에 구두라고 해도 무조건 딱딱하거나 무거워서는 안 된다.
활동성 좋으면서도 격식을 잃지 않는 그런 비즈니스화 한 켤레는 있어야 한다.

  1. 트레킹화, 또는 등산화
    스포츠화와 같은 맥락이다. 산이라는 공간은 일상적 공간과는 아주 다르다. 불규칙적인 경사, 흙, 바위, 나뭇가지 등 자연 그대로의 지면. 보다 튼튼한 내구성과 안전성을 필요로 한다. 그냥 런닝화 신고 등산했다가는 발톱도 깨지고 신발도 찢어지고 말 것이다.
  2. 외출용 운동화 2켤레
    6번까지가 ‘목적’ 에 의한 필수 항목이었다면, 7번부터는 ‘의견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기호를 드러낼 수 있는 선택 항목이다. 꼭 런닝용이 아니더라도, 일상적으로 데님 팬츠나 트레이닝복에 편하게 신을 외출용 운동화 1, 2켤레쯤은 있어야 한다.
  3. 워커
    가을, 겨울 남자의 무드를 살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신발이다. 데님 팬츠나 치노 팬츠를 복숭아 뼈가 보인 정도의 길이로 롤업하고 워커를 신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