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는 ‘그런데’의 줄임말이다. ‘그런데’는 지금까지 하던 말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킨다. 보통은 긍정에서 부정으로.

 

– 이 집 음식을 참 잘해. ‘근데’ 오늘은 예전만 못하네.

– 오늘까지 해드리고 싶습니다. ‘근데’ 거래처의 상황 상 어려울 것 같네요.

 

한참 웃으며 이야기하다가도 ‘근데’라는 말이 나오면 표정이 굳어지기 일쑤다.

결과만 딱 말하기에는 공격적일 것 같으니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은근히 마지막에 끼워 넣는 심리. ‘근데 ~ 는 어떨까?’ 용기인 척 용기 아닌 애매한 말. 말이라도 못하면 탓이라도 할 텐데 탓도 못하게 방어진을 다 치고 공격하는 처세술.

 

어느 날인가 메신저를 이용 중 ‘근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잦은 ‘근데’를 발견함은 처세에 익숙해진 나를 발견하는 느낌이었고 그건 조금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이 부정적인 느낌을 없애고 싶어 어순을 바꿔보기로 했다. 어디서 주워듣기로 뇌는 마지막 말을 주로 기억한다고 한다. ‘근데’ 뒤에 오는 부정의 말을 긍정으로 바꿔보면 좀 다르지 않을까?

 

– 오늘 이 집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네. ‘근데’ 원래는 음식 참 잘하는 집이야.

– 거래처의 상황 상 오늘까진 어려울 것 같네요. ‘근데’ 제 맘은 어떻게든 해 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나아진 듯 보였으나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무얼 어쩌자는 건지, 변명 같기도 하고 묘하게 이상했다.

 

‘근데’의 대체어로 ‘그래도’를 찾아낸 건 며칠 전의 일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뽀로로가 방영 중이었다. 개구쟁이 뽀로로는 등장한 지 10초도 안되어 친구들이 열심히 만들어놓은 크리스마스트리와 눈사람을 뭉개트렸다. 친구들이 애써 준비한 파티가 엉망이 되었다며 모두가 아쉬워할 때 하얀 북극곰, 포비가 말했다. 그래도 케이크는 남았어.

 

그래도

 

‘그래도’는 ‘그리하여도’가 줄어든 말이라고 한다.  ‘근데’와 다르게 부정 뒤에 배치될 때가 많다. ‘그래도’가 쓰인 이후 상황은 긍정적으로 바뀐다.

 

– 오늘 이 집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네. ‘그래도‘ 원래는 음식 참 잘하는 집이야.

– 거래처의 상황 상 오늘까진 어려울 것 같네요. 그래도’ 해드리고 싶었어요.’

 

말하는 이의 주장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근데’와 ‘그래도’는 비슷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둘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바로, 희망의 존재 유무다.

 

앞 말이 어찌 되었든 결국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실망을 안겨주는 ‘근데’와 달리 ‘그래도’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하겠다는 의지.

 

삶은 언제나 고난의 연속이다. 부정은 늘 우리 주위에 산재해있다.

 

– 근데 희망이 다 무슨 소용 이람. 어차피 다시 힘든 순간들은 찾아올 텐데.

그래도 희망이 있어 살아갈 힘이 되는 걸. 힘든 순간을 이겨낸 후 행복이 더욱 값질 테니.

 

부정에 익숙해져 맥없는 삶과 부정에 맞서 희망을 쟁취하는 삶.

 

‘근데’와 ‘그래도’.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고작 단어 하나지만 많은 것이 달라질지 모른다.

 

 

글쓴이 : 장미혜

윤문 : 안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