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나는 직원모델이다.]

직원을 모델로 쓰는 이유는 보통 고객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함이다. 현실적인 신체 스펙을 통해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제품 구매 시 핏과 사이즈 착오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보험이 되기도 한다.

나아가 칸투칸에서 직원모델을 한다는 것은 그 이상의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직원모델은 이제 칸투칸의 문화이자, 정체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비단 나 뿐 아니라 칸투칸에는 직원 겸 모델이 많다. 그들 각자 느꼈던 기분이나 직원모델에 대한 생각은 다르겠지만 보다  멋지고 예쁜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맘은 같지 않을까? 사실 직원모델이 된 이후 다이어트에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이 참에, 직원 모델을 하며 내가 느낀 생각과 다이어트의 상관관계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건, 칸투칸의 정신을 고찰하기 위한 지극히 개인적 관점의 기록이다.

 

 

처음 쇼핑몰에서 직원으로서 모델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그때는 – 니 주제에 무슨, / 모델하면 월급 더 주냐? / ㅋㅋ개신기ㅋㅋㅋ 너 여기 나온다~ / 우와 촬영하러 제주도도가냐? / 인생 폈네 / 연예인 되는 거 아니냐? / 비율이 왜 이렇게 구리냐 / 이러다 너네 회사 망하는 거 아님? – 따위의 말들을 물어오는 지인들 앞에 대답하고 설명하느라 바빴는데 요새는 그냥 한 번 씨익 웃고 만다. 그냥 그 웃음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는 것 같아서.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하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짧은 글이 그들의 호기심을 해결해 줄 충분한 답이 되길.

 

처음에는 시켜서 했다.

입사 1개월 차에 인천 송도 야외 촬영지로 갔다. 엄연히 말해 끌려갔다. 평소에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지만, 모델을 할 정도로 신체 스펙이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던지라 다소 긴장했었다. 하필 첫 촬영이 또 야외 촬영. 아직 통성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나를 찍어댔다. 그때마다 나는 어정쩡한 포즈와 어색한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다음날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 사진을 보고 엄청 신기했다. 옷을 강조하는 사진이기에 다리나 발, 몸통이 주로 나와 있었지만, 거기 있는 건 분명 나였다. 내가 우리 회사 제품의 모델이란 사실은 예상보다 훨씬 가슴 벅찬 일이었다.

머지않아 내게도 작업지시가 떨어졌다.

“주영님 송도 사진으로 콘텐츠 하나 만들어보세요.”

후… 올 것이 왔다. 나를 찍은 사진으로 내가 콘텐츠 작업을 하는 날이 온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관종끼가 조금 있다.) 그래서 콘텐츠에 숨김없이 나를 모두 드러냈다. 심지어 얼굴까지

http://www.kantukan.co.kr/shop/mall/prdt/prdt_view.php?pidx=10719
첫 콘텐츠를 만들고 한 2주 가까이는 매일 한 번씩 그걸 들여다보며 뿌듯해했던 것 같다.

 

그 후, 정말 다양하고 많은 제품들을 촬영해왔다. 신발, 바지, 셔츠, 티셔츠, 재킷, 패딩, 심지어 양말까지. 이제는 춤을 추거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을 정도로 뻔뻔해졌다. 촬영에 익숙해진 거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콘텐츠 페이지에 올라온 내 사진을 보고 의문이 생겼다. ‘왜 이렇게 뚱뚱하게 나왔지?’ 새삼 내 모습을 찬찬히 보니 답은 간단했다. 뚱뚱하게 나온 게 아니라, 뚱뚱한 거였다. 포샵 다이어트 시켜주지 않은 동료들이 야속하게도 느껴졌지만 그건 쪼잔한 핑계에 지나지 않음을 사실 잘 알고 있었다. 그냥 내가 살을 빼야 한다는 걸. 왜? 나는 칸투칸의 얼굴로서 고객과 만나는 직원모델이니까.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이 2016년 말. 마침 2월에 제주도 촬영을 앞두고 있던 터라 한번 제대로 다이어트해 보자고 굳게 맘먹었다.

 

[PART 2. 다이어트]

 

대망의 2017년 1월 1일. 새해 첫날이 되자마자 실행에 들어갔다. 새해 새 마음가짐 뭐 이런 심리적 효과까지 더하기 위해서였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다이어트였다.

178cm에 83kg.

거동이 불편할 정도까진 아니었지만, 그대로 맘 편히 있다가는 몸에 맞는 옷을 찾기 어려울 만큼 계속 불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입사 때 맞았던 바지가 단추를 잠그면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으니. 나름 심각했다.

아침으로 시리얼 바 한 개, 점심에는 닭가슴살과 샐러드만 먹었다. 토마토와 달걀로 가볍게 저녁을 때우고 집 근처 큰 공원을 매일 10km 정도 달렸다. 갑작스러운 생활패턴 변화에 몸이 굉장한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냈다. 매일 체중을 체크했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3개월. 5kg 감량이란 성과를 얻었다.

 

나는 모델인 동시에 직원이다. 마케팅과 디자인이 주 업무인지라 카피 하나를 써도 고객 니즈에 부합해야 한다. 세상에 뚱뚱하길 원하는 고객은 없다. ‘슬림해 보이도록 만드는 옷’과 같은 카피는 단골 문구다. 그런데 지나치게 솔직해지자면, 핏은 몸매의 영향을 받는다. 어쩔 수 없다. 약간 커버하는 정도는 몰라도 아예 체형이 달라 보이도록 하는 그런 옷은 지구 상에 없다. 가장 좋은 핏은 날개 같은 옷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목표의식과 의지로 만들어진다.

다소 다른 곳으로 논점이 빗나갔는데, 어쨌든 나는 직원 모델과 다이어트를 통해서 무언갈 깨달았다. 그 무언가는 칸투칸 직원으로서 행해온 일련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고찰이기에 필연적으로 칸투칸의 정신과 닿아있다. 바로, 진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헌신이라는.

 

[PART 3. 칸투칸의 정신에 대한 고찰. feat. 직원모델, 다이어트]

 

진정성

좀 더 좋은 핏을 만들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핏이 더 나아 보인다면 고객들의 이목을 끌 것이고, 결국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애정 어린 제품들을 위해 시작한 마케터의 다이어트. 이것이 내 진정성이다.

 

투명성

솔직한 포스팅을 위해 매일같이 변화해 온 몸무게를 공개한다. 이미 내 신체정보가 만인에게 노출된 것과는 별개로. 이것이 나의 투명성이다. (하하하핳하하하하핳핳하)

 

 

헌신

칸투칸의 모든 직원 모델에게 우선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직원 모델을 한다고 결코 기존 업무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 모델은 별개 활동이다. 책임져야 하는 본 업무 스케줄이 뒤로 밀리고 급한 촬영 건이 우선시되는 경우마저 발생하기도 한다. 촬영 현장이 늘 화기애애한 것만도 아니다. 촬영 분위기에 따라 겪는 고충도 많다. (남대문 시장이나 명동 한복판에서 촬영하다가 공황장애를 간접 체험하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런저런 말 못 할 사정들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모델들은 적극적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조금이라도 칸투칸을 칸투칸스럽게 고객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다. 엄연한 헌신이다.

 

오늘도 업무 시작 전 업무 리스트를 작성하는데, 옆 동료가 조심스레 말을 건다.

“주영님, 재킷 촬영해야 하는데,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나는 겸연쩍게 살짝 웃으며 답한다.

“그럼요. 합시다.”

 

 

 

글쓴이 : 박주영

윤문 : 안창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