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의 재발견
나는 원래 후드가 달린 옷을 즐겨 입지 않았다. 특별히 싫어한다거나 했던건 아니지만 어쩐지 나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다지 예쁘지 않은 후드티를 잘못 산 뒤 지레 ‘나랑 후드는 짝이 아니네.’라고 단정지어 버린 것이, 나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꽤나 긴 시간이 흐른 셈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근래에 들어 갑자기 후드티가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문득 후드가 눈에 밟히고 하나 꼭 장만해야 겠다는 마음이 떠올랐다. 그래서 며칠동안 쇼핑몰을 열심히 뒤졌다. 나와 후드의 재회는 다시 예전같은 악연이 아니길 바라면서, 아주 마음에 쏙 드는 녀석과 만나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해서.
그래서 말인데, 새로 산 후드는 정말 마음에 든다. 왜 지금까지 멀리 했던 건가 전혀 기억나지 않을만큼 몸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예전엔 갑갑하다고 생각했던 후드가 목을 감싸는 부드러움이 포근했다. 해가 저물고 약간 밤바람이 지나는 것 같을 때, 모자를 끌어올려 머리를 덮으면 차가운 공기와 나 사이에 장막이 생긴 기분이 든다. 팔을 움직일때마다 스치는 약간 도톰하고 폭신한 소매가 적당히 따뜻해서 마음에도 훈기가 돈다.
옷이라는 게, 멋이나 겉보기만 위한 것이 아니라 ‘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게다가 후드를 입으면 괜히 발걸음이 가볍고 경쾌해지곤 한다. 의복이 다른 사람에게만 인상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입은 당사자의 무드도 좌우하는걸 보면 확실히 패션이 중요하긴 중요한 모양이다. 어째 ‘잘 입기’ 위해서 생각해야 할 일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기분이지만, 차근차근 다가오는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역시 가을 겨울철 캐주얼룩 코디에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하면 후드 아니겠는가. 안 어울리는 아우터를 찾기가 더 힘들고 레이어드 하기에도 편하다. 게다가 나이나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어 모든 사람의 애장템이 될만하다. 날씨가 아직 많이 춥지 않은 요즘엔 후드 하나에 스니커즈, 여기에 모자로 포인트를 주는 정도로 스타일링하면 좋고 더 쌀쌀해지면 아우터로 오버코트나 자켓을 걸치면 된다.
하기사, 후드야 워낙 다들 익숙하고 많이 입어봤을테니 새삼스럽게 스타일링 방법을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여름내내 묵혀 뒀다면 이제 꺼낼 때가 되었다고 함께 기뻐하는 정도면 되려나.
막연한 시간동안 멀게 느끼던 후드가 갑자기 다시 떠오르고 좋아진 것을 보면 나 스스로의 일이지만 신기하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데 정말 그런가 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고, 그래서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의 사소한 감정이나 호불호조차 속단할 수 없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다가올 내일에 내가 또 어떤 사람이 될지 모르니 말이다. 갑자기 찾아온 후드열망처럼 또 언젠가의 내일엔 다른 옷이 생각 날거고, 그때의 모습은 지금과 또 다를 것이다. 과연 어떨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