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패션에서 남녀의 경계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하지만 비즈니스 패션은 여전히 격식을 중요시 여긴다. 약간의 캐주얼 요소를 가미해 세미 정장 스타일로 센스를 드러낼 순 있겠지만 형식 파괴적 파격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물론 쇼트 팬츠에 피어싱, 타투를 한 남자가 이상할 건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 미팅에서 내보일 개성은 아니다. 비교적 꾸밀 요소가 많은 여성의 경우에도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화려하고 눈부신 액세서리를 피한다. 남성의 경우 그것보다 더 최소화한다. 귀를 뚫은 남자가 흉 아닌 세상이지만 비즈니스 자리에서 귀걸이를 착용하고 나오는 사람은 드물다.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업에서 상대에게 주어야 하는 이미지는 안정적이고 차분한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너무 자유분방한 느낌은 불안감을 전달한다. 창의성은 제안서나 기획서, 대화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개성이 무조건 창의적인 인상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외국 유명 CEO들이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해서 무작정 따라 했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다. 그 정도 위치까지 오른 다음에 시도할 일이고, 한국사회는 특히 아직까지 더 보수적이다. 어쨌든 이 사회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이상 사회 통념을 깨는 모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다.

남성 비즈니스 패션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정식으로 갖춰 입을 때에도, 세미 스타일 매치를 시도할 때에도 공식 몇 가지를 잘 따르면 된다. 여기, 액세서리 하나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정도는 괜찮다. 명심할 건 이때 착용 가능한 액세서리 역시 몇 가지 범주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는 것. 타이핀, 커프스, 시계 정도가 알맞다. 타이핀이나 커프스가 옷에 부착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독립된 액세서리로는 시계가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남자라면 좋은 시계 하나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하지만 시계는 슬쩍슬쩍 드러나는 요소이지 전면에 떡하니 보이지는 않는다. 또 시계가 사람의 재력이나 센스를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순 있지만 인상을 바꾸진 못한다.

안경은 시계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비즈니스 자리에서 남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액세서리 중 가장 극적 변화를 꿰할 수 있는 게 안경이다. 어떤 안경테를 쓰느냐에 따라 부드러운 인상에서 날카로운 이미지로, 예민한 느낌을 안정적 정서로 바꾸어 전달할 수 있다. 심지어 본래 실력보다 더 전문적이고 똑똑해 보이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쇠테냐 뿔테냐, 두꺼운가 얇은가, 동그란가 네모난가, 큰 가 작은가. 어떤 조합의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완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거래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와야 하는 긴장되는 자리에서 얇고 네모난 쇠테를 쓰면 냉철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에서 크고 두껍고 동그란 뿔테를 통해 예술가적 면모로 다가갈 수 있다. 안경은 반드시 눈 나쁜 사람만 쓰는 게 아니다. 시력과 관련 없이 인상을 바꾸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액세서리다. 자기 얼굴형과 어울리는 것을 우선으로, 다양한 이미지 전달을 위한 안경을 몇 개 준비해두자.

안경은 쓰기만 하면 된다. 얼마나 간단한가? 그에 반해 효과는 놀랍도록 강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