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처럼 쌀밥을 풍족하게 먹게 된 것은 기실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 보리밥이라도 배부르게 먹으면 감지덕지인 시절이 있었으니.

사회가 발전하고 생활이 풍족해짐에 따라 이제 보리는 세계 4대 작물이란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가 줄었다. 밥으로 지어먹기보다 맥주로 훨씬 많이 접할 만큼. 대신 보리밥은 그 위상이 높아졌다. 과거 지긋지긋한 가난의 상징이었다면 요즘에는 쌀밥보다 비싼 값을 지불하면서 가끔 별미로 찾는 건강식이 된 것이다.

맛은 쌀이 더 좋을지 몰라도 실제로 보리가 소화에는 더 좋다. 대신 빨리 배고파진다는 단점이 있는데 요즘처럼 풍족한 시대에는 문제 될 것 없는 일이다. 쌀밥 50g을 소화하는데 90분이 걸리는데, 그 시간에 보리밥은 100g을 소화시킬 수 있다. 다른 곡물보다 섬유질 함유가 높아 배변을 편하게 돕는다. 국제 영양학회는 동물실험 결과를 토대로 쌀과 보리를 7:3으로 섞어 먹을 것을 권한다.

보리밥은 특히 된장과 아주 잘 어울린다. 보리로만 지은 꽁보리밥을 찐 호박잎에 싸서 강된장 얹어 먹으면 그만한 별미가 없다. 맛도 맛이지만 보리와 된장 조합은 빈틈없는 건강식이다. 오장에 다 좋은 보리와 항암효과까지 있다는 된장. 소화가 잘 되고 기력이 솟는 한 끼 식사로 이만한 게 없다.

어디 멀리 식당 찾아갈 것 까지도 없다. 그저 질 좋은 보리쌀 집에 두고 한 번씩 늘 하던 대로 밥 지어먹으면 훌륭하다. 나물, 김치, 된장, 고추장 등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 뭐든 보리밥과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