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상반되는 매력을 지닌 것들을 마주하면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 강요받았던 아빠와 엄마, 후라이드와 양념, 비빔냉면과 물냉면, 그리고 패션에서의 멋과 실용성까지.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사람은 3가지 방식으로 대처한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거나, 무작정 둘을 합치거나, 조화를 선택하거나.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사람

좋게 말하면 확고하고 간단명료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이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대신 다른 한 쪽에 대한 기회비용을 감수할 만큼의 강단이 있다. 짬뽕이 얼마나 맛있는지 본인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일단 짜장면을 더 선호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 멋을 위해서라면 딱딱한 구두 때문에 발이 퉁퉁 붓거나, 불편한 바지 때문에 쪼그려 앉을 수도 없는 상황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

무작정 둘을 합치는 사람

극단적인 막무가내다. 두 가지 선택지의 조화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일단 둘 다 취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사람들이다. 짜장 먹던 그릇이라도 짬뽕 덜어먹는 비위 강한 사람들. 멋은 멋대로 부려도 일단 사람은 발이 편해야 한다며 정장 입고 발가락 양말에 샌들 시는 사람들. 좋은 것들을 둘, 셋씩 모두 하긴 했는데 어쩐히 끔찍한 혼종 스타일이 되고 마는, 그런 사람들.

조화를 선택하는 사람

치밀한 사람이다. 두 선택지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장점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때로는 단순한 ‘합체’ 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거기서 포기하지 않고 소재를 연구하고, 제품을 분석한다. 세련된 정장이면서도 트레이닝복처럼 편안할 수 있도록, 격식 있는 구두의 라스트를 갖고 있으면서도 편안한 착화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공기는 통하면서도 물은 막아낼 수 있도록. 때론 거창한 연구나 분석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 조화로운 결과를 내기도 한다. 그릇을 반으로 나누어 짬뽕과 짜장면을 섞이지 않게 함께 담는 짬짜면처럼.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의 장점을 침범하거나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짬짜면은 절대 서로 섞이지 않는다.

멋과 실용성, 조화의 상징 Z208

나는 가능하면 조화를 선택하는 사람이고 싶다. 멋은 없지만 합리적인 사람이라든가, 이해하기 힘들지만 멋있는 사람이라는 식의 ‘~지만’ 같은 선행 흠결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 깔끔한 비즈니스 룩을 입고도 쓰러진 아이를 일으켜줄 수 있고 구두를 신고도 2칸, 3칸씩 계단을 뛰어오르는 그런 사람. 멋과 실용성을 조화롭게 지닌, Z208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