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즌에 소개하기에 적절치 않은 감이 있지만, 내년 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어 미리 소개하려는 나물이 있다. 바로 방풍나물이다. 나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나물이 ‘미나리’였다면 나물을 즐기고 있다고 느끼게 했던 나물이 바로 이 방풍나물이다.

방풍나물은 한자로 防風이라 쓴다. 말 그대로 ‘바람을 막는다’ 라는 뜻인데, 두 가지의 어원이 있다. 방풍은 주로 해안가에서 모래흙에서 소금기 머금은 해풍을 맞고 자란다. 바닷가 사람들이 주로 이 나물을 뜯어먹고 살았는데 해풍으로 인한 기관지 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어 방풍(防風)이라 부르는 설이 하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동의보감을 펼쳐보면 나오는데, 동의보감에서 이르길 ‘방풍에는 36가지 풍증(중풍)을 치료하고 맥풍을 몰아내며 통풍을 치료한다’ 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풍이란 말 그대로 인체 혈맥에 바람이 든다는 한의학적 표현이다. 이처럼 ‘풍’을 예방한다 하여 방풍이라 부른다는 설이 있다.

방풍나물은 효능도 효능이지만 일단 향으로 먹는 식재료다. 내가 처음으로 방풍을 맛보았을 때는, 어린 시절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던 미나리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물론 방풍을 처음 맛보았을 때는 한식에 익숙해 있던 서른 다 된 무렵이었지만, 나는 이 향이 너무도 좋았다. 사람들이 이래서 나물을 뜯어먹고 사는구나, 이 나물이라면 평생을 같이 김치처럼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처음 하게끔 한 나물이었다.

별다른 간을 안하고 보통 집된장이나 조선간장만으로 간을 하고 참기름으로 마무리를 하는데, 이 간단한 조합만으로도 나는 한식밥상 최고의 반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물론 미식의 세계에서는 취향의 세계이고 호불호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나물의 세계에 정식으로 입문하고 싶으신 분들은 이 방풍나물부터 섭렵해보시라.

요즘은 웬만한 대형마트에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눈에 익지않고 그 이름이 익숙지 않아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씹는 것 만으로도 남해 다도해의 어느 해안가의 바닷바람을 직격으로 맞게 된다. 남해일주나 급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주의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