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말려서 먹는다고 하면 나는 단연코 망고를 떠올린다. 나는 건망고를 좋아한다. 설탕을 뿌린건지 아니면 망고가 자연히 마르면서 당분이 허옇게 말라붙은건지 알수는 없지만, 그 까슬까슬하게 겉에 붙은 허연 당분도 좋고, 입에 넣으면 쩍쩍 이빨에 붙으면서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과 향과 단맛도 너무 좋다.

내게 뭔가를 말려 먹는 다는 건 단연코 망고가 최우선이다.

그에 반해 감에 관한 기억은 그렇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다들 알겠지만 감은 떫은감 아니면 홍시 둘 밖에 없다. 떫은감은 또 두 종류로 나눠지는데 진짜 떫은감과 그래도 좀 달달하고 육질이 단단한 떫은감으로 나뉜다.

난 사실 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떫은 식감도 그렇거니와, 별로 안떫어도 씹힐때의 그 단단한 육질도 좀 그렇거니와, 홍시는 너무 질척거리면서 퍼져서 지저분하고 입에 손에 다 묻기도 하고 당도도 묘하게 감기약 같은 맛이 나서 좀 싫었다. 사실 감은 좀 손을 더럽히면서 먹는 음식이라 난 그게 싫었다. 난 차라리 좀 덜 달아도 사과가 좋았다. 적어도 손 씻으러 갈 일은 적으니까.

그래도 감은 명절에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필수로 손주들에게 강제로 먹이는 과일 들 중 하나였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내가 20년때 감이 싫다고 말을 해왔지만 할머니들은 그런 건 듣지도 않는다. 난 어쩔 수 없이 감을 한 입이나 한 쪽을 먹고 어르신들의 근황토크가 절정에 달할 때 쯤 남몰래 슥 빠져나오는 걸 반복해왔다.

그래서 감 하면 명절과 가족들이 자연스레 생각이 난다. 싫어도 생각나고 억지로 한입은 먹는 감. 묘하게 가족이랑 닮았다. 에이, 이놈의 감. 이놈의 가족.

아빠가 명절에 할머니 집에 갈 때마다 해줬던 이야기도 생각난다. 난 매년 들었지만 아빠는 또 매년 얘기했다. 어렸을 때 홍시가 먹고 싶은데 떫은 감 밖에 없으면 감을 가지고 근처 밭이나 논두렁을 찾았다고. 가서 땅을 팔 수 있는 한 최대한 깊이 파서 거기에 떫은 감을 묻고 하루였나 일주일이 지나서 와 보면 아주 말랑말랑 잘 익은 단 홍시를 먹을 수 있었다고. 난 속으로 아무리 먹을 게 없어도 그렇게까지 해서 먹을 감은 아닌 거 같은데… 라는 공감대 형성 안되는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이제는 아빠는 더 이상 그 감 얘기를 하지 않는다. 사실 아빠는 내가 그 감 얘기를 기억이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 감 얘기를 나에게 해줬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집안 모든 어르신들이 매년 내가 감을 싫어한다는 걸 까먹는 것처럼.

감. 싫은데 가끔 생각 난다. 가족처럼. 그래서 한입은 기어이 먹고 에이 맛없어,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참 거시기한 게, 어떻게든 한입은 꼭 먹게 된다.

에이, 이놈의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