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복무를 GOP에서 했다. 그냥 GOP 라고 하면 못알아듣지만 애국가 나올 때 철조망 만지고 가는 군인들, 이라고 얘기하면 단번에 알아듣는다. 거기서 근무했다. 철조망 너머 보이는 비무장지대와, 비무장지대 너머 보이는 북한땅. 1년을 거기서 근무했다.

근무는 낮에만 서는 게 아니라 밤에 가장 중점적으로 섰다. 전반야, 후반야라고 나눠서 근무를 섰다. 알기쉽게 얘기하면 전반야는 해질때부터 자정까지, 후반야는 자정부터 해뜰때까지 근무였다. 후반야가 더 춥고, 밤이 더 길고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제대로 잠도 못자고 설치다가 자정무렵에 깨서 아침까지 근무서는 낮밤이 바뀌는 루틴도 고통스러웠다. 별로 친하지 않은, 솔직히 얘기해서 죽이고 싶은 선임병과 같이 근무를 들어가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게 아니면 갈굼을 받아 자살충동 혹은 살인충동을 느끼는 과정도 괴로웠다. 매일 서서 8시간이상을 보내다보면 무릎도 나가고 어깨도 나가고 허리도 나가고… 뭐 아무튼 제대로된 신체 부위가 거의 없었다.

배는 별로 안 고팠다. 나는 체질이 날새고 스트레스 받으면 입맛부터 뚝 떨어지는 체질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살이 빠지는 체질이었다. 그리고 밤샘 근무중에 선임병은 졸아도 나는 졸면 절대 안됐기 때문에 밤마다 믹스커피를 매일매일 4개씩 타먹는 통에 속도 안좋아지는 걸 느꼈다.

엄마는 이런 사정을 알고는 제대로 단백질이라도 챙겨먹으라며 부대로 계속 육포를 보내기 시작했다. 육포가 오면 그 비싼 육포의 반이상은 또 그 빌어먹을 선임들에게 뺐겼다. 그래도 어떻게든 반정도는 남겨서 꾸역꾸역 매일 밤마다 근무지에 올려놓고 전방을 주시하며 씹어먹었다.

매일 밤 육포 한봉지를 들고 나가서 아침이 오기 전에 다 씹어먹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육포를 매일 1년 먹다 보면, 솔직히 맛으로 먹는 게 아니다.

내 기억에 그 시절의 육포는 매웠고, 추운 겨울의 날씨 때문에 살짝 얼어 딱딱했었고, 씹다보면 침이 많이 나왔고, 많이 씹느라 턱이 살짝 아릴 정도로 아파왔고, 달착지근했고, 육포의 결은 혀에서 느껴지면서 풀어지고 부서지고 삼켜졌고, 새벽공기는 시릴 정도로 차갑고 깨끗했고, 밤에는 별이 많았고, 달도 많았고, 정찰등의 주황색 빛은 밤샘기운에 몽롱하게 나를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했고, 가끔 나는 간첩이 넘어오거나 내가 간첩으로 북한에 넘어가는 상상을 했고, 정찰등 밑에서 주황색 빛을 받으며 불안하게 뛰다니던 고라니는 어느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얼어붙은듯 빤히 나와 눈빛을 교환했고, 추운 겨울 피부에 닿는 전투복은 차갑고 아팠고, 광대뼈는 얼었다 녹았다는 반복해서 가려운 날이 많았고, 귀에 들리는 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과 후번 근무자의 자박거리는 발소리와 행정실에서 전파하는 선임병의 목소리, 비라도 오는 날엔 풀냄새, 아니 숲냄새가 바다처럼 콧속으로 밀려들어와 내 온몸을 가득 채웠고, 그런 날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다가 너무 많은 생각들이 밀려들어왔다가 빠져나가 나는 꽉 채워졌다 텅 비워졌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1년을 육포를 씹다 보니, 나는 대기부대로 내려왔다. 대기부대에서는 훈련을 뛰었고, 훈련이 힘들때면 사람이 간사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던 그 GOP가 그리워지기도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육포의 맛을 떠올렸다. 그 육포의 맛은…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