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식품 건조기가 하나 있다. 첨엔 쇠고기니, 과일이니 가능한 음식은 다 말려 먹었는데, 생소함으로부터 오는 호기심도 익숙해짐에 따라 시들해지듯 점차 사용빈도가 줄더라. 그래도 매주 고구마 말리는 건 잊지 않는다. 육포는 간식이라기엔 부담스럽고, 과일 말린 것은 간식이라 해도 엥간치 먹어서는 양에 안찬다. 고구마 말랭이가 딱 좋다. 몇 개만 집어 먹어도 속 든든하고 특히 씹는 재미가 있다. 너무 질기지 않아 턱이 편하고, 아주 보드랍지도 않아 입 속에서 가지고 놀기 좋다.

오픈사전에 ‘쫀득이’를 검색하면 아예 고구마 삶아 말린 것이라고 나온다. 잘 말린 것은 식감 하나 만으로도 입맛을 매료시킨다. 다른 말로는 ‘부자’라고도 하는데, 손바닥만 한 고구마 몇 개만 삶아 말려도 어지간한 위장이라면 간식으로는 괜찮게 먹을 만큼 양이 나온다. 주식으로도 삼을 수 있는 고구마라서 금방 포만감이 든다. 심심한 입과 헛헛한 속을 풍족하게 채워주는 맛의 부자 같은 음식이다.

식품 건조기로 홈메이드 고구마 말랭이를 제조함에도 우리 집은 아이용으로 업체 제품을 별도 주문한다. 말리는 방식에 따라 품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집에서 말리면 아무래도 바람에 노출되는 면적을 균일하게 조절하기 어렵다. 어떤 건 촉촉하고 쫄깃한데 어떤 건 딱딱하게 굳은 것도 나온다. 어설프게 마르면 치아에 끼어 불쾌한 이물감을 남기기도 한다. 대강 말려 먹어도 맛있긴 한데, 전문 설비와 꼼꼼한 공정을 거친 제품과는 확실히 차이가 난다.

고구마를 숙성시킨 다음 2번 찌고, 2번 말리면 당도가 깊게 스며들어 더 풍요로운 맛과 달라붙지 않는 쫀득함이 생겨나는데, 이런 수고를 집에서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단순히 말리기만 한다고 다 똑같은 말랭이가 아니다. 2번 공법으로 만든 말랭이를 구매해 먹어보면 맛의 차원이 다르다는 걸 대번에 느낄 수 있다. 집에서 말린 고구마는 내가 오가며 한 움큼씩 막 집어먹고, 구매한 명품 고구마 말랭이는 아이와 아내가 건강 간식으로 먹는다. 내가 먹는 양이 워낙 많아서 사는 걸로 다 감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물론, 늘 난 내 것 먼저 다 먹고 호시탐탐 아이 것을 노린다.

가끔 아내가 주문한 고구마 말랭이 한 팩을 하사하면 그게 그렇게 행복하다. 아내는 내게 양을 줄이고 맛을 택하라 하지만 양을 포기하기 어렵다. 한 주먹 정도 들어있는 고구마 말랭이 제품 팩을 한 번에 다섯 개는 먹어야 성에 차니까. 아무래도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2번 공법으로 말린 고구마 말랭이를 박스로 주문해 혼자 다 먹을 수 있는 그 날을 위해, 오늘도 나는 열심히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