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회사가 생각이 부족해지는 이유

조직에서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사람에 따라 잘 써야 한다. 열심히 하려는 동기가 충분하고 창의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시간이라는 자원을 그에게 건네면서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해낸다. 물론 그 조직이 지금까지 하지 않은 새로운 일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업의 특성이 강해야 한다. 구글이 구글 캠퍼스를 운영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주는 이유가 다 있다. 하지만 의욕이 부족하거나 일이 덜 숙달되어 있는 조직원들이 많을 경우, 그리고 조직이 창의보다 현재 일의 숙달도가 필요할 경우에는 시간관리를 조직이 해주어야 한다. 일을 작게 쪼개서 일별로 시간을 정해주고 해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럴 경우 신참직원들이라도 시간의 로스 없이 어느 정도가 지나면 일의 모습을 만들 수 있다. 스타일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방식을 감독해 주는 것이 조직이 할 일이다. 조직이 잘 써야하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생각이다.
생각 좀 하고 일을 하라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사실 생각을 하고 일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일에서의 생각이란 그저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후 사정의 예측, 돌발변수와 영향의 예측, 새로운 아이디어 어느하나 만만치 않다.
작은 회사는 생각이 부족한 직원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작은 회사는 1) 규모가 작으므로 직원의 수가 적다 2) 급여가 낮으므로 우수한 직원이 적다. 이런 구조가 반복되면서 역량이 낮은 직원들이 역량이 높은 직원들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조직이 점점 느려진다. 게다가 작은 회사는 자원과 할 일이 부족하므로 직원들이 일의 경험을 통해 학습할 부분도 적다. 이런 한계 때문에 작은 회사에는 어쩔 수 없이 일 처리의 경험과 배움이 부족한 직원들이 다수를 이루게 된다.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현실이다.

= 생각이 부족할때 벌어지는 일들

그렇다면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생각의 능력이 부족하면 제품을 제값 받고 팔아낼 능력이 부실해진다. 따라서 싸게 팔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싸게 파는 것은 모든 조직에 타격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작은 회사가 더 영향을 받는 다는것이 더 큰 문제다. 왜냐하면 작은 회사일수록 제값을 받고 팔아내는 내공을 어떻게 하든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왜 그럴까?

고객의 수준이 올라가고, IT로 제품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팔리는 제품은 두가지 밖에 없다. 첫번째는 싸고 좋은 제품, 두번째는 가격이 좀 있지만 가치있게 만든 제품이다.
그렇다면 나쁜 제품 쪽은 어떨까? 싸고 나쁜 제품은 제품이 부족할 때 사게 되지만 지금은 부족한 제품이 없으므로 팔리지 않는다. 비싸고 나쁜 제품은 속아서 한두번 살 수 있지만 이제 모바일폰까지 등장한 상황이니 더 이상은 속지 않는다.
팔리는 두가지 제품 중 ‘싸고 좋은 제품’은 대기업의 차지다. 품질을 유지하면서 더 싸게 만드는 방법은 원재료나 인건비 등에서 대기업만이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누리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남은 것은 오로지 ‘비싸고 좋은 제품’의 영역밖에 없다. 이것이 작은 회사에 남은 유일한 영역이며 작은 회사가 목숨 걸고 제값받고 팔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작은 회사가 미숙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을 데리고 좋은 품질을 유지하면서 생존하는 가능할 수 있을까?

= 매뉴얼로 생각의 부담을 덜어주자

이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매뉴얼 경영이다.
생각 좀 하면서 세상을 보자라는 말도 있지만 조직에서는 지나친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고민을 반복하는 경우다.
심리적으로 인간이 지금 하던 일 이외에 다른 요소에 주의를 돌리게 되면 원래 하던 일에 대한 정서적,인지적 관심이 즉시 감소하기 시작한다. 방해 요소에 들인 시간이 길수록 집중력을 다시 회복하기 힘들어지며. 다시 회복하는데 10~20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1분간 다른 일을 한다면 다시 원래의 일에 집중력을 회복하는데 15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주1)
단순히 하나의 일을 하다가 다른 곳에 한눈만 팔아도 이럴진대 만약 담당자만 바뀌면서 똑같은 고민을 처음부터 한다고 생각해보라. 하나의 일에 이미 솔루션이 나왔는데 이것이 정리되지 못해 새로운 담당자가 와서 또 똑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면 조직적으로 시간의 손실은 엄청나다. 따라서 이미 결론이 나온 프로세스라면 메뉴얼로 정리해 또다른 생각의 필요를 원척적으로 차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전 담당자가 단순히 정리를 해둔 정도가 아니라 어떤 일을 순서대로 하는 매뉴얼을 남겨두었다면 일은 한층 더 쉬워진다. 한발 더 나아가 담당자가 남겨둔 매뉴얼을 회사차원에서 다시 검토하고 업무에 직접 적용할 수 있게 공식적으로 정리해두었다면 고민은 더 줄 것이다.
이렇게 매뉴얼 경영을 통해 생각의 로스를 막아주면 직원들은 일하기가 한층 더 편해진다. 쓸데없이 중복되는 생각을 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 과제나 환경에 맞는 새로운 고민에 생각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시간낭비가 줄어든다.

= 저성장기에 고려해볼 매뉴얼 경영

이러한 매뉴얼 경영은 저성장기에 아주 유용한 경영 도구로서 한국 기업이 꼭 강화해야 할 요소중의 하나다. 일본은 이러한 매뉴얼 경영을 통해 생각의 손실을 막고 실행에 집중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세이유 슈퍼마켓체인의 자체브랜드로 출발한 무인양품은 성공적으로 성장하여 1991년 영국 런던에 해외매장까지 열면서 파죽의 성장세를 구가했다. 그러다 2001년 무인양품은 계속 성장하지 못하고 적자를 내면서 업계에서 이제 끝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다. 조직내부의 사람들은 반목했고 사내 정치가 횡행했으니 사람들은 고객과 사업에 생각을 집중하지 못했고 사업 전반이 무너져 내리면서 실적이 악화되었던 것이다.
이 절대절명의 위기에 CEO로 취임한 이가 바로 마쓰이 타다미쓰 회장이다. 그는 모기업 세이유와 무인양품을 고루 거치면서 조직의 위기의 근원을 알고 있다. 그가 제창은 슬로건이 바로 사업은 구조다 라는 것이다. 마쓰이는 점장마다 달라지는 체계적이지 않고 일관되지 않은 점포운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만 맡겨두는 관행이 실적의 추락을 불렀다고 생각했다. 그는 경영상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어떤 사람이라도 보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무지는 점포 출점을 정할때 출점 기준서를 통해 판단한다. 또한 그동안의 경험치를 바탕으로 예상 가능한 매출액을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 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할때도 중국에서 사용하는 중국판 출점 기준서를 통해 출점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식은 객관적인 점수화 방식이었다. 지하철역에서 매장까지 거리, 매장 면적, 주차장 넓이 등 파악 가능한 항목들을 최대한 점수화 하여 한눈에 파악하고, 여러가지 대안들이 분석 용이하게 하였다. 이러한 매뉴얼 경영의 장점은 또 있다. 매뉴얼에 따른 출점이 하나의 가설과 검증의 프로세스로 작용해 만약 매뉴얼에 따른 예측과 상이한 결과가 나올 경우 또다른 경험사례로 축적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프로세스로 매뉴얼은 더 정교해지고, 실패의 확률은 더 줄어들게 된다.
운영에서도 무지는 매뉴얼을 충분히 활용한다. 무지그램이라고 불리우는 운영 매뉴얼에는 상품 진열은 물론, 재고관리, 고객 인사, 임시직 노무관리계약서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랜차이즈계의 지존이라 부를 수 있는 맥도널드의 매뉴얼을 만든곳이 어디일까? 바로 일본이다. 햄버거를 한입 베어 먹을 때의 입의 크기를 고려한 햄버거 사이즈 역시 일본 맥도널드에서 만든 매뉴얼이다. 매뉴얼을 통해 어떤 사람이 관리하더라도 일정한 관리와 제품의 질을 확보함으로서 맥도널드는 전세계 어느곳에서나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생각은 인간만이 가진 장점이다. 하지만 같은 일을 하면서 여러번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경영상의 큰 손실이다. 반복해도 결론이 같은 것은 사고하는 시간 자체가 낭비다. 맥도날드와 무인양품이 매뉴얼경영을 하는 것을 바로 이런 조직의 시간낭비를 막기 위한 것이다. 매뉴얼 경영이 거대 기업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골목사장 분투기’의 작가 강도현대표가 말하는 실패하지 않기 위한 카페 경영의 10원칙에서도 매뉴얼의 필요성이 드러난다. 강대표는 무조건 작은 것이라도 글로 쓰라고 이야기한다. 글로 쓰면 나중에 그것을 가지고 일을 할때 단축도 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설을 세우거나, 의도를 가진 경영 그것만이 가장 확실한 진보를 끌어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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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속도에서 깊이로 p87
* 무인양품, 어떻게 라이프스타일숍 대명사가 됐나 (비즈니스 포스트 2015.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