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김밥을 처음 접했을 때, 꽤 많이 실망했다. 그건 집에서 자주 싸 먹던 그냥 김에 싼 밥이었기 때문이다. 충무김밥은 반찬이 관건이란 동행자의 설명에도 시큰둥했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매주 몇 번씩 비싼 충무김밥을 양껏 먹으며 커 온 것과 다름없겠다. 오징어채 무침, 어묵조림, 멸치볶음, 총각김치, 섞박지, 볶음김치 등 엄마 반찬이 훨씬 맛도 좋고 종류도 다양했다.

우리 집에서 김은 한시도 떨어지면 안 되는 상비 반찬이었다. 김밥이라 하면 떠올리는 그 김밥은 특별한 날에나 먹는 음식이었지만, 김에 밥만 싼 단어 그대로의 김밥은 수시로 먹는 간식이었다. 특히, 밤늦은 시각 무얼 시켜먹기에도 애매하고 딱히 뭐 하기에도 번거로울 때, 우리 가족은 남은 밥에 김을 싸서 나누어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 대충 꺼내 같이 먹으면 뭐든 잘 어울렸다. 가끔 캔참치를 뜯어서 얹어 먹으면 그만한 특식이 없었고. 가끔은 자반김에 비빈 밥을 뭉쳐 미니 주먹밥을 해 먹기도 했다. 그러니까, 저녁밥을 먹고 간식으로 또 밥을 먹은 것인데 순전히 바삭하고 짭짤 고소한 김의 위력이었다. 밥상에선 밥을 먹기 위해 김을 반찬으로 먹지만, 야식 시간엔 김을 먹기 위해 밥이 부가 요소가 되는, 뭐 그런 차이라고 해 두자.

집에서 직접 재어 구운 김은 만능 먹거리다. 딱히 입맛 없을 때, 반대로 입맛이 막 당길 때, 맛난 요리가 나오면 곁들여서, 마땅히 먹을 만한 찬이 없더라도, 갓 지은 뜨거운 쌀밥이나 남겨둔 찬밥에도, 국에 만 밥, 물에 만 밥, 이런저런 재료에 비빈 밥, 어디에 어떻게 먹든 다 어울린다. 굽지 않은 날 김도 맛있다. 냉이나 달래 넣은 양념간장과 함께면 금상첨화. 게다가 취향도 거의 안 타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김 맛이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실은 제조 방식에 따라 맛의 편차가 큰 음식이 김이다. 유의해야 할 건 두 가지다. 식감과 염도. 눅눅하고 질긴 김을 피하고 소금 범벅 되어 너무 짠 것은 좋지 않다. 안 그래도 염분 많은 한국 식탁인 데다 김은 거의 매 숟갈 올려 먹게 되기 때문이다.

우선, 건조 방식을 봐야 한다. 뜨거운 공기를 이용한 화입 방식이 보편적인데 이렇게 건조한 김은 생산 일시로부터 멀어질수록 점점 질겨진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오래된 걸 먹을 경우 종이를 씹는 듯 퍼석퍼석한 느낌마저 날 수 있다. 반면, 햇볕과 해풍에 말린 김은 식감이 부드럽다. 화입보다 유통기한은 짧지만 건강한 유기농으로 먹을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소비하기에는 자연 건조방식이 훨씬 낫다. 적당량을 자주 구매하여 늘 신선하고 부드러운 김을 먹을 수 있도록 하자.

김은 짭짤한 맛에 먹는다지만 아무리 질 좋은 소금을 써도 다량 섭취는 몸에 해롭다. 생 김의 경우 집에서 조절하면 되지만, 구워 조리된 김을 구매할 경우 나트륨 함량 신경 써야 한다. 여기, 사용된 기름이 국산인지 아닌지 살펴보면 맛난 김을 먹기 위한 체크는 다 한 셈이다. 모든 김이 맛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김을 고르기만 하면 모든 경우데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