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게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되게 좋아한다. 게로 만든 음식은 대체로 잘 안 먹는데, 딱 하나 양념게장 앞에서는 이성을 잃는다. 게 찜이나 탕이 맛없다기보다 몇 마리 더해 양념하면 기가 막힐 텐데 싶어 아깝게 보인다. 심지어 난 간장게장조차 선호하지 않는다. 따로 구분 없이 그냥 ‘게장’하면 간장게장으로 통용되는 게 아니꼽다. 그래서 나는 양념게장을 꼭 ‘양념게무침’이라 구분해서 부른다. 사실, 장이라 불리는 종류와는 거리가 먼 조리법이기도 하고. 양념장에 간장이 좀 들어갈 뿐.

양념게무침의 백미는 살이 묵직하게 오른 다리 위쪽 몸통부위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들이차는 쫄깃한 살점들. 양념과 바로 닿아 살점 깊숙이 밴 깊은 맛. 매콤달달한 양념은 밥을 비벼 먹어도 맛있다. 보통 냉동 수게를 많이 사용하지만 나는 알이 가득 들어찬 암게를 아낌없이 잘라 넣는다. 싱싱한 활꽃게로 무치면 훨씬 맛있다. 내가 어릴 적, 좋은 게는 죄다 간장 속에 투입하던 할머니 독단으로 냉동 수게 양념 무침만 먹어야 했지만, 이제 그 서러움의 시절은 지났다. 내 앞의 모든 게는 오로지 양념게무침을 위해 존재한다.

양념게무침은 다른 요리로 응용하기에도 좋다. 무를 썰어 넣고 양념게무침을 한 움큼 넣어 찌개를 끓이면 꽃게탕보다 깊은 감칠맛이 난다. 여름엔 가위로 잘라 냉면 위에 얹어 먹어도 색다르다. 비빔국수나 비빔밥에 활용해도 좋다.

사실 제대로 맛을 내기에 간장게장보다 양념 게 무침이 훨씬 어렵다. 게에 간장을 붓기만 하면 되는 간장게장에는 따로 손맛이랄 게 없다. 레시피 배합대로 간장만 끓이면 끝. 양념게무침은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도 요리 센스가 없는 사람은 제대로 양념 맛을 내지 못한다. 양념치킨 좋아하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맛없는 양념은 도리어 본 재료의 맛을 다 망쳐버린다. 양념게무침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게를 써도 양념 맛을 제대로 못 내면 헛수고다. 버무리는데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딱딱하고 뾰족한 게 껍질 안쪽 살 골고루 양념이 묻도록.

그래서, 양념 게 무침은 자신 없으면 차라리 잘 만드는 제품 수소문해 시켜먹는 편이 낫다. 그날 그날 무쳐 바로 배송하는 업체라면 오는 동안 적절히 숙성도 되어 뜯어 바로 먹으면 제대로 맛 들어있을 공산도 높다. 간장게장은 집에서 해도 실패 확률이 별로 없고, 주문해도 대체로 다 맛있다. 그러나 양념게무침은 정말 잘하는 곳을 수소문 해야 한다.

없던 입맛 살아나고, 있던 입맛 주체 안 되게 폭발시키는 양념게무침. 감칠, 이란 맛을 제대로 알려주는 음식이다.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양념 맛 내는 법 익힐 가치가 있다. 제대로 맛 내는 업체를 하나쯤 알고 있을 필요도 있다. 제철 활꽃게는 없는 시간이라도 내어 직접 무쳐먹고, 정 일이 바쁜 때에는 몇 키로 씩 주문해서라도 먹을 수 있도록.

나는 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양념 게 무침만은 세상 어떤 음식보다 사랑한다. 거침없이 답할 수 있는 으뜸 선호 음식. 나를 웃게 만드는 양념게무침. 이런 음식은 때로 삶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 맛보기 위해 살 가치가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니. 사시사철 밥상에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