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샷!

 

뒤에서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고마웠다. 내가 바란 거리만큼 나간 공은, 내가원한 그 자리에 정확히 떨어졌다. 조금만 옆으로 더 갔으면 어쩌면 홀인원이 되고도 남을 결과였다. 말 그대로 오잘공 (오늘의 잘 맞은 공)이었다. 이 기분을 살려 나는 같은 스윙을 반복했다. 하지만, 조금전에 친 ‘오잘공’보다는 항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이스 샷이라며 축하를 해줬지만 난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나의 온 정신은 ‘오잘공’에 묶여 있었다. 버디를 잡아도 아까보다 홀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는 공을 보며 만족스럽지 못했다. 온 감각이 그렇게 ‘오잘공’에 꽂혀 있으니 그보다 덜한 결과는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렇게 그날의 게임은 오잘공 하나로 끝이 났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골프에 능숙한 한 친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오잘공에 너무 집착하지마. 스스로 발목 잡는 일이다, 그거.”

 

아니, 누가 몰라서 그런가. 저렇게 쉽게 말을 누가 못할까. 사람 마음이 어찌 그런가. 잘난척 하기는. 나보다 확실히 실력이 좋은 건 알지만, 녀석의 말은 무책임하게까지 보였다. 자기 일 아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녀석의 얼굴을 한 대 후려치고 싶었다. 아니, 핀에 꽂아 드라이버로 장타를 날려버리고 싶은…..

 

그러다 친구 녀석은 조금은 덜 퉁명스러운 어투로 나에게 말했다.

 

“오잘공 말고, 지잘공에 집착해봐. 그러면 좀 나아질거야.”

 

뭐야, 이녀석은. 한 대 후려치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지잘공? 아 지금까지 잘 맞은 공? 그래, 얄밉지만 녀석의 말이 맞았다. 나는 오잘공으로 그날 최고의 샷을 정해 놓았던 거다. 그러니 그것과 조금만 달라도 성에 차지 않은 것이었다.

지잘공은 다르다. 최고의 결과는 언제든 다시 나올 수 있다는 전제하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까지 잘 맞은 공. 그러니 다음엔 더 잘나올 수 있는 결과. 그리고 그때가서 외칠 수 있는, ‘지금까지 잘 맞은 공! 다음 공은 더 잘 칠수 있다는 것!’

 

순간 녀석에게 고마웠다. 녀석의 머리를 핀에 꽂아 저 멀리 날려 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못내 미안했다. 어깨동무를 하고 맥주 한 잔을 사기로한 우리는 내내 웃어댔다. 실력에 상관 없이, 마음 하나만 바꾸니 조금은 더 좋아진 것 같았다. 잘난척 하는 녀석의 여유가 오늘은 이해 되었다.

 

그래, 오잘공말고 지잘공.

결국 마음먹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