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하관, 넓은 등과 가슴, 잔뜩 화가 난 듯 허리춤에 올라붙은 엉덩이와 말의 근육을 연상시키는 튼튼한 하체. 강인한 남성을 상징하는 신체 조건은 다양하다. 너무 우락부락한 것은 남녀 모두에게 위화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갈망하는 나도 가끔은 ‘남자라면 무릇..!!’ 이라며 무거운 덤벨을 들어올린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남자라면, 대륙을 아우르는 환태평양 조산대 같은, 그런 넓은 어깨를 가져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가을이나 겨울엔 부피감 있는 니트 혹은 각 잡힌 외투로 체형을 보완할 수 있지만, 티셔츠 한 장으로 길거리를 활보해야 하는 여름엔 적나라한 체형이 그대로 드러난다. 구릿빛 얼굴과 달리 뽀얀 팔뚝, 허리에 두른 러브핸들, 그리고 빈약한 어깨까지. 이제 더 이상 티셔츠를 고를 때, 95,100,105 같은 가슴둘레 사이즈만으로 결정하지 말지어다! 어깨 디자인의 종류에 따라 같은 어깨라도 더 넓거나 좁아 보일 수 있으니까. 오늘은 가장 흔한 3가지 어깨 디자인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비슷한 티셔츠라도 어깨 디자인이 서로 다른 것을 챙겨둔다면 보다 센스 있는 룩이 가능하다.

① Standard Shoulder

제품에 별다른 표시가 없다면 거의 웬만한 티셔츠들이 스탠다드 숄더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스탠다드란 95,100,105 등으로 이어지는 가슴둘레와 비례한 평균적인 어깨 길이에 맞게 제작된 것을 의미하는데, 각 의류 브랜드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어찌 되었든 결국은 신체 사이즈의 산술적 평균에 맞는 어깨 길이를 가진 티셔츠라는 건데, 맞춤복이 아닌 기성복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흔히 얘기하는 평균에 부합하는 신체 사이즈를 지닌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브랜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스탠다드 숄더 티셔츠의 어깨 길이 분포를 보면 95는 42~44cm, 100은 44~46cm, 105는 46~47cm 정도이다. 이는 전체적인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을 때의 이야기이고, 운동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살만 오른 경우라면 가슴둘레는 105지만 어깨는 45cm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반대로 워낙 말라서 가슴둘레는 95지만 어깨 길이는 46cm에 이를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스탠다드 숄더 티셔츠를 ‘잘’ 입으려면 첫째, 자신의 가슴둘레와 어깨 길이를 알고 있어야 하고 둘째, 어느 정도 신체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름을 ‘스탠다드‘ 라고 해놓고,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이라니! 뭔가 불만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 스탠다드 숄더 티셔츠는 정직하다. 원래의 체형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래서 원래 체형이 충분히 멋지다면 스탠다드 숄더 티셔츠를 입었을 때도 당연히 멋진 핏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 말해서 체형 보완의 효과가 제로에 가깝다는 뜻이니, 너무 야위거나 풍채가 좋은 분들은 다음으로 소개하는 어깨 디자인들을 눈 여겨 보자.

② Drop Shoulder (Overfit or Semi-Overfit)

몇 년 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드롭 숄더 디자인 티셔츠. 흔히 오버핏, 혹은 세미 오버핏이라고 부르는 티셔츠들이 모두 드롭 숄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원래의 어깨선보다 의도적으로 더 길게 어깨선을 디자인해서, 입었을 때 측면 삼각근을 살포시 덮는 티셔츠를 말한다. 그리고 이런 드롭 숄더 티셔츠들은 대부분 가슴둘레와 전체적인 폭도 동사이즈의 스탠다드 숄더 티셔츠보다 여유 있게 나온다. 그럼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결국 그냥 큰 옷 입은 거 아냐?’

결론부터 얘기하면 완전히 다르다. 원래 100사이즈를 입는 남성이 105사이즈, 110사이즈를 입으면 말 그대로 큰 옷, 초등학생이 꺼내 입은 아빠 옷, 사이즈 잘못 보고 주문한 해외직구 옷이 된다. 길게 늘어진 어깨선은 뾰족뾰족, 볼썽사납게 튀어나오고 팔과 전체 기장은 너무 길어서 반바지라도 입었다간 하의실종 패션이 되고 만다. 드롭 숄더 티셔츠는 의도적으로 어깨선과 품을 여유롭게 하면서도 전체 기장은 조절하여 밸런스를 맞춘 티셔츠다. 또 길게 늘어진 어깨선은 체형을 따라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옷의 패턴을 연구하는 디자이너들이 괜히 힘들게 옷을 만드는 게 아니란 말이다.

이런 드롭 숄더 디자인은 마법처럼 어깨를 넓어 보이게 만들어준다. 측면 삼각근까지 늘어뜨린 어깨선이 꼭 그만큼 어깨를 더 넓혀주는 것이다. 실제로 나의 여자친구는 드롭 숄더 티셔츠를 입었다가 구매를 포기한 적도 있었다. 어깨가 너무 넓어보여서… 그러니, 왜소한 체형이 콤플렉스인 분들은 드롭 숄더 티셔츠를 입으면 한결 듬직한 어깨를 가질 수 있다. 더불어 넉넉하게 나온 품 덕분에 나처럼 얼굴이 크고 허리둘레가 넉넉한 분들도 드롭 숄더 티셔츠로 마법 같은 체형 보완이 가능하다!

요즘은 10대, 20대 의류 브랜드뿐만 아니라 40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의류 브랜드에서도 과하지 않은 드롭 숄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여유로운 실루엣과 듬직한 어깨가 세대를 불문하고 호평을 받고 있는 중이다. 깔끔한 흰색이나 베이지색, 혹은 네이비색 드롭 숄더 티셔츠에 발목을 시원스럽게 보여주는 9부 기장의 슬랙스를 입어보자. 더 이상 모던할 수 없는 룩이 완성될 것이다.

③ Raglan Shoulder

래글런, 또는 나그랑이라고도 불리는 래글런 숄더는 목둘레부터 겨드랑이로 이어지는 사선의 이음새를 지닌 티셔츠를 말한다. 흔히 ‘어깨선이 없다’ 라고 말하는 티셔츠들이다. 래글런 숄더는 크리미아 전쟁(1853~56) 때, 영국의 래글런 장군(Lord Raglan)이 고안한 옷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전쟁이라는 비상사태에 생겨난 기능적인 스타일이다.

래글런 숄더 티셔츠는 착용자의 어깨 길이에 맞게 각각 다른 어깨선이 생겨나게 되니, 가슴둘레와 기장만 고려하면 되는 편리한 티셔츠다. 포멀하게 격식을 차리는 티셔츠라고 보기는 어렵다. 트레이닝 바지나 데님, 반바지 등과 궁합이 굉장히 좋다. 이 티셔츠는 반팔과 함께 5부나 7부 길이로도 많이 제작되고, young한 느낌을 내고 싶을 때 아주 유용하다. 어깨 디자인만으로 포인트가 되는 스타일이니, 가슴에 로고나 디자인이 따로 없는 깔끔한 것이 좋겠다.

다만 이 래글런 숄더 티셔츠를 입을 때 꼭 조심해야할 것이 있는데, 바로 색상 조합이다. 몸판과 래글런 소매의 색이 서로 다를 경우 어깨를 더 좁아 보이게 만든다. 직각으로 떡 벌어진 어깨라도 사선으로 떨어지는 소매의 색상 때문에 원래보다 좁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여리여리한 느낌을 주고 싶은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이런 래글런 티셔츠를 입는다. 만약 어깨를 넓어 보이게 입고 싶다면, 몸판과 소매의 색이 같은 단색의 래글런 티셔츠를, 낙낙한 느낌으로 입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밝은 색상의 낙낙한 단색 래글런 티셔츠에 약간 짧은 어두운 색상의 반바지를 입는 것을 추천한다. 거기에 선글라스나 팔찌를 포인트로 착용한다면 주말 나들이나 바캉스 룩으로 손색없을 것이다. 이 스타일은 어깨는 더 넓어 보이게, 얼굴은 더 환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