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항공사 직원을 설득해서 복도 자리에서 창가 자리로 좌석을 바꿨다.

B : 밖에서 놀다 들어온 아들이 곧바로 손을 씻도록 했다.

C : 회의시간에 동료가 던진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A, B, C 상황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상황을 마주한 이들은 모두 세일즈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세일즈는 ‘돈과 상품의 교환’에 국한된 세일즈는 아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세일즈란 ‘타인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행위’로 봤다. 다니엘 핑크는 그의 저서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이를 ‘비판매 세일즈(non-sales selling)’라 부르고 있다. 이제는 상품을 파는 것만을 세일즈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내 성인 근로자 7,000여 명을 조사했는데 직장인들이 근무 시간의 40%를 비판매 세일즈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세일즈를 ‘상품과 돈의 거래’만으로 보기엔 우리 일상에서 시간, 노력, 에너지, 신념, 헌신 같이 돈으로 명확히 환산할 수 없는 교환이 너무 많이 이뤄진다. 하다못해 가기 싫은 회식을 빼기 위해서 동료 A, B, C에게 집안일 핑계를 대면서 하루종일 언질을 해두고 치밀하게 정당성을 확보한 뒤, 퇴근 전에 조심스럽게 팀장에게 회식 불참 통보를 하는 일까지. 우리는 크건 작건, 일상적으로 비판매 세일즈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트렐로(Trello)’를 인수한 것으로 화제가 된 ‘아틀라시안(Atlassian)’은 프로젝트 관리나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다. 아틀라시안의 공동창업자인 마이크 캐넌-브룩스는 말한다.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하겠지만, 우리는 직원 모두가 세일즈맨이기 때문에, 세일즈부서가 없다”

 

아틀라시안은 잠재 고객인 회사들이 자신들의 베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할인을 제시하거나 계약을 종용하지 않는다. 대신 아틀라시안의 지원부서에서 잠재 고객들이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한다. 2015년 기준, 3,700억 매출 규모의 아성 뒤에는 이런 사실이 있었던 건 아닐까?

다니엘 핑크는 ‘비판매 세일즈’라는 새로운 세일즈 지형에서 필요한 네비게이션을 제시한다. 그가 소개하는 ‘A-B-C’는 다음과 같다.

 

A는 Attunment로 ‘동조’다.

동조(A)는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룰 때 감정적인 접근도 필요하겠지만, 사회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마음속’이 아닌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어떤 누구도 그가 속한 집단, 상황, 환경과 분리돼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람과 그 사람 주위에 형성된 맥락을 파악하라는 조언이다. 사회적 지도 그리기(social cartography)능력을 기르자는 것이다.

B는 Buoyancy로 ‘회복력’이다.

설득하다보면 거절당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렇기에 거절에 대한 회복력(B)을 기르는게 중요하다. 그 중 한 가지 방법으로 ‘자기 대화’를 할 때 ‘평서문’ 형태가 아닌 ‘의문문’으로 바꿔보라고 제안한다.

“나는 위대한 세일즈맨이 될거야”, “난 이걸 팔 수 없어”와 같은 평서문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왜 팔지 못했을까?”와 같은 형태로 질문하라는 것이다. 이런 의문문 형태는 자신의 동기를 짚어보게 하고 회복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C는 Clarity로 ‘명확성’이다.

풀어야 할 문제에 명확성(C)을 더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해결자’에 머무르지 말고 ‘문제발견자’가 돼서 문제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구매자가 더이상 판매자에게 정보를 의존하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이 많이 해소됐고 구매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판매자가 해야 하는 역할도 바뀌고 있다. 구매자가 청소기를 사고 싶은 것인지 바닥이 깨끗하기를 원하는 것인지 명확히 문제를 정의하자는 것이다. 바닥이 깨끗하도록 돕는 일이라면 청소업체를 연결시켜주는 게 문제해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현대 광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는 광고계에 3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입문했다.

그리고 그가 광고계에 늦은 나이에라도 입문할 수 있었던 배경엔 오랜 시간의 세일즈맨으로서의 경험이 녹아있다.  부엌 스토브 세일즈맨으로 일하면서 쌓은 지식을 팸플릿으로 만들어 배포한 걸 계기로 그는 광고계에 발을 들였다.

그의 전성기 시절 “무조건 팔아라”는 강령 아래 광고회사를 운영한 것을 보면 세일즈맨 경험이 바탕에 있지 않았을까.

 

올해 <트렌드 코리아 2017>엔 ‘영업의 시대가 온다’며 세일즈 편을 다루고 있다.

여전히 세일즈, 그 때도 세일즈, 지금도 세일즈다.

그렇지만 네비는 바꿀 때가 됐다. 다니엘 핑크의 A-B-C로 네비를 찍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