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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의 사전적 정의(定義)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로, 대부분의 법이 포함하는 이념이다.’

그러나 정의(正義)의 민낯이 그대로 있는가를 점검해봐야 한다. 이미 이 시대는 정의(正義)가 정의(正義)롭지 못하다. 이념에 따라 또는 어느 집단 또는 국가의 집권자의 농간에 정의의 본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읽는다. 이미 여러 해전 이 책은 한국사회에 큰 돌풍을 일으켰다. 왜 그랬을까? 한국사회가 ‘정의’에 굶주렸었나? 현재는 어떤가?

지은이 마이클 샌델은 한국사회의 이런 놀라운 반응에 대해 이런 추측을 한다.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도덕과 가치에 관한 물음처럼 커다란 질문을 놓고 공개적으로 함께 추론하길 원하는 한국인들의 열망 혹은 갈증에 큰 인상을 받았다. 한국의 독자들이 내 책과 강의에 매력을 느꼈다면, 그 이유는 내가 결정적인 답을 제시해서라기보다는,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도덕적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자 정중한 태도와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독자와 청중을 초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러한 공개 담론에 대한 깊은 열망을 한국에서 발견한다.”

후한 평가다. 문제는 민중과 사회에 영향력이 많이 주게 되는 인물들이 정의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만 바뀌어도 훨씬 평안한 일상이 될 것인데 정작 그들은 스스로의 정의에 몰두하고 있다.

2012년 아산정책연구원은 사회 정의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미국인들의 38%가 미국 사회를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 데 비해, 한국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생각한 한국인은 74%나 되었다.

사실 이 통계는 이 사회가 얼마나 정의롭다고 생각하는지를 측정한 것이지, 정의 그 자체를 측정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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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재된 도덕적 가치관안에서 토론하고 부딪히며 나아가는 것 – 마이클 샌델

센델은 이 책에서 정의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고 애쓰진 않는다. 정의가 담긴 철학서를 소개하고, 정의론을 다룬 서양 철학자들의 핵심 사상을 짚어 준다. 그가 중요하게 다루는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벤담, 밀, 롤스 등이다.

정의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일까?  2004년 여름, 멕시코 만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의 여파로 ‘가격 폭리’가 크나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자연적으로 법과 도덕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런 경우(가격 폭리)에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면 어떤 법이 만들어져야 할까? 구매자와 판매자의 자유로운 거래를 침해하더라도 주정부는 가격 폭리를 금지해야할까?

이 자체는 곧 ‘정의’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센델은 복지, 자유, 미덕이라는 세 가지 항목에 초점을 맞춘다. 즉 복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지,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 아니면 미덕을 추구하는 것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논쟁이다.

각기 정의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센델은 위의 질문을 토대로 고대 정치사상과 근대 정치사상을 구분하게 된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을 주는 것이 정의라고 가르쳤다.

반대로 근대 정치 철학자들은 정의로운 사회라면 개인이 각자 생각하는 좋은 삶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센델은 여러 주제에 대해 치우침 없는 견해로 많은 논지들을 이끌어내고 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토론 마당의 좌장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정의(正義)의 정의(定義)가 모호한 요즈음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필자. 북 칼럼리스트, 의료인 변성래

큐레이팅. 칸투칸 HRMP 김종식, 김성준